바다와 바베큐 - 상우 여행일기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08/04/19 08:17
<바다와 바베큐 - 상우 여행일기>
2008.04.17 금요일

해질 무렵, 우리 가족은 객실 앞 베란다 나무 탁자에 모여앉아,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아빠가 집게로 고기 한 덩이를 덥석 집어서 숯불 그릴 위에 올리셨다. 그러자 고기 밑에서 치이이익 하며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고, 지글지글 거리며 연기가 하늘 높이 피어올랐다.

고기는 지독한 연기와 함께 고소하고 짭짤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갔고, 영우랑 나는 숟가락과 포크를 세워 "고기! 고기!" 하며 박자를 맞추었다. 배가 갑자기 푹 꺼지면서 입안에서도 침이 지글지글 고였다. 아빠가 굵은 소금을 골고루 뿌려가며 앞뒤로 굽다가 마지막으로 고기를 집어올렸을 때는, 기분이 붕 뜨면서 나도 모르게 발을 동동 굴렀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고기를 먹다가 뭔가 이상하게 느껴져서 얼굴을 들었더니, 아빠와 엄마가 나를 보고 빙글빙글 웃고 계셨다. 나는 "어, 알았어요. 야채도 먹을게요." 하며 상추를 한 잎 집었는데, 엄마가 놀랍게도 "아니야, 맘껏 먹으렴!" 하시는 거였다.

엄마는 다른 때와 달리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상우야, 그동안 엄마, 아빠가  미안했다. 매일 잔소리만 하고. 니가 미워서 그런 게 아냐. 사실 너는 우리에게 과분한 아들인데도, 엄마, 아빠 그릇이 너무 좁아 감당하기 힘들었단다. 그래서 잔소리만 하고 너를 힘들게 했구나. 하지만, 너무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 못난 엄마를 용서해 주렴. 그리고 이사를 앞두고 네가 너무 우울해 있는 것 같아서 네 기분도 풀어줄 겸 여기 온 거란다."

나는 고기를 먹다 말고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어떻게 아셨을까? 내가 엄마, 아빠에게 혼이 날 때마다, 잘못하면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에 시달려왔었다는 것을. 낮에는 시시콜콜 잔소리를 듣다가, 한밤중에 아빠와 엄마가 심하게 다투시고 문을 꽝 닫으며 한숨 소리를 내실 때, 내 가슴에 대포 구멍이 뚫린 듯 아프면서, 이 모든 게 나 때문이라는 생각에 잠 못 자고 괴로워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나는 아빠에게 물었다. "혹시 제가 글을 못 쓰거나 공부를 잘하지 못했어도 저를 좋아했을 건가요?" 그러자 두 분 다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그게 무슨 소리냐? 네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데! 뭘 잘하고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야. 너면 되지! 이 세상에 너는 오직 하나란다!" 하고 말씀하시면서 엄마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리셨다. 아빠도 연기가 매웠는지 손으로 콧잔등을 훔치셨다.

나는 고기 한 점을 입에 넣고 "잠깐 바다 좀 보고 올게요." 하고 일어나 마당으로 내려갔다. 아빠가 뒤에서 크게 소리치셨다. "잊지 마라! 우린 너를 사랑한다!"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 앞까지 가니, 이미 해는 저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가슴 속에 뚫렸던 대포 구멍이 녹아내리듯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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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일기 - Sangwoo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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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저씨

    저도 감동의 눈물이 찔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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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아저씨! 댓글이 늦었어요. 주말 집안 행사로 정신없이(놀기에) 바빴어요.
      건강하시고 즐거운 한 주 되시기를 바랍니다!^^

  2. 주은맘

    역시~상우군의 감성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듯..똑같이 바베큐 파티를 했었는데..우린 왜 딸에게 저런말을 해주지 못했는지..자녀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여 그것을 표현하여 들려주는 부모님과..부모님의 진심어린 말씀에 감동하는 상우군가정의 따듯한 풍경이 잔잔히 미소짓게 하네요...늘 행복한 가정 되길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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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저에 가정을 응원해주시는 주은맘님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사드립니다!
      주은맘님의 가정에도 행복이 넘치시기를 빌게요!^^

  3. Favicon of http://bus9toparadise.tistory.com BlogIcon 승객1

    뜻깊은 여행이었네요.

    세상의 부모님들은 한 순간도 자녀들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답니다.
    비록 아이들을 혼내는 그 순간이라도요..
    아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떨굴 적에는..
    엄마, 아빠의 가슴에는 장대비가 내린답니다.

    상우님! 잊지마세요. 부모님은 언제까지나 사랑하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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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객1님, 안녕하세요? 네, 짧았지만 정말 뜻깊었고, 얻은 것이 많았던 여행이었답니다.
      부모님같은 승객1님의 말씀, 잊지 않고 새길거예요!

      새로운 한 주가 되었어요. 이번 주엔 제가 이사와 전학을 앞두고 있어 무지 마음이 복잡하지만, 힘을 낼려구요.
      승객1님도 힘찬 한 주 되세요!

  4. Favicon of http://jesuisjoli.blogspot.com BlogIcon Adrian Monk

    좋은 시간을 보내셨군요.
    그래도 고기는 많이 먹으면 안좋으니까 평소에는 야채를 많이 먹도록 해보시는게 어떨까 합니다.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이크, 야채를 많이 먹으란 말씀, 또 찔려요.
      어떻게 제가 고기를 잘 먹는 걸 눈치 채셨을까요?^^

  5. 친구

    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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