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감기

2008. 3. 28. 07:41일기

<서러운 감기>
2008.03.26 수요일

3교시 수업을 앞두고 화장실에 갔다 오는데, 갑자기 머리가 쑤시고 속이 울렁거리면서 아침에 먹었던 주먹밥 냄새가 속에서부터 올라왔다. 나는 속으로 '이제 소화가 되나 보네!'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교실 앞 복도에서 순간적으로 몸이 앞으로 수그려지면서, 입에서 하얀색 액체가 액! 하고 쏟아져 나왔다. 그러더니 그것은 복도 바닥에 떨어져 눈사태처럼 쌓였다.

나는 놀라 '어마, 이게 무슨 일이야?' 하며 뒤로 물러났는데, 지나가던 아이들이 똥 싼 괴물을 본 것 마냥 "아아아악~!" 하고 비명을 질렀고, 어떤 아이는 코를 막고 "아이, 더러워!" 하며 나를 피해 갔다.

나는 진땀이 나면서 목이 찔리듯 따끔따끔 아파졌지만, 더 괴로웠던 것은 아이들이 나를 못 견디게 더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짜증을 부리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토할 때는 안됐다고 하면서 부축해주고 도와주는데, 내가 토하면 유난히 싫어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울적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더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아파할 새도 없이 교실로 뛰어들어가, 사물함에서 휴지를 꺼내와 토한 것을 닦기 시작했다. 휴지로 덮어서 끈적끈적한 액체를 흡수시킨 다음, 휴지를 손에 돌돌 말아서 남은 것을 문지르며 꼼꼼히 닦아내었다.

내가 토한 것을 닦아내고 있을 때에도 아이들은 한쪽에 모여 재수 없다고 하며 발을 굴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려고 할 때, 담임 선생님께서 놀란 얼굴로 뛰어나오셨다. 선생님께서는 엎드려 걸레로 박박 닦아내시며 "상우는 그만 하고 가서 휴지 버리고 손 씻고 오렴!" 하셨다.

나는 부끄럽고도 고마운 마음에 코끝이 찡하였고,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갔을 때, 고였던 눈물이 툭 떨어지는 것을 보고 누가 볼까 봐, 수돗물을 크게 틀어 코를 풀고 와라라락 입안을 헹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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