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다리 위에서

2008. 3. 17. 07:14일기

<흔들다리 위에서>
2008.03.16 일요일

새로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돌아오던 중, 너무 배가 고파서 길가에 보이는 식당에 내려 밥을 먹었다. 나는 국밥을 뚝딱 먹어치우고 먼저 밖으로 나와 서성거렸는데, 식당 뒷마당에 특이한 것이 있었다.

뒷마당 끝은 바로 절벽이고, 그 밑으로 운동장만 한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철판을 붙여 만든 기다란 흔들다리가 그네처럼 걸려있었고, 그 다리를 건너면 또 다른 식당 마당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신났다고 그 다리 위를 쿵쿵 뛰어다니며 왔다갔다 놀았다. 그러나 뛸 때마다 다리가 끼이익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면서 마구 출렁거렸다. 나는 조심조심 발을 내밀어 다리 중간까지 걸어갔는데, 갑자기 나보다 쪼그만 아이들이 내 옆에서 일부러 팡팡 뛰었다.

그러자 다리가 끊어질 듯이 아래로 위로 흔들리며 내 심장도 덜컹 내려앉았다. 나는 다리 밑에 마그마라도 이글대는 것처럼 겁을 먹고, 쇠사슬로 엮어진 난간을 꽉 붙잡았다. '얘들아, 제발 그만!' 하고 속으로 외치며, 난간을 붙잡고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였다.

내 무게 때문에 다리가 무너질까 봐, 빨리 걸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다리 밑으로 물살을 가르며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가 눈에 들어왔다. 오리를 바라보며, 다리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내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오리가 부러웠다. 저 유연한 몸짓, 언제라도 퍼덕일 수 있는 날개!

오리에게도 추억이란 게 있을까? 오리가 가르는 물길 위로, 이사와 전학을 앞두고 지나온, 내 날들과 추억들이 어른어른 거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서글퍼졌다. 나는 속으로 '오리야, 어서 지나가거라. 물길이 사라지게!'라고 말하며, 나도 모르게 다리 밑으로 눈물을 뚝 떨어뜨렸다.

그때 멀리서 엄마가 "상우야! 뭐하니? 어서 가야지!" 하는 바람에 놀라, 후닥닥 단숨에 흔들다리를 뛰어 건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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