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평가 문제 없어!

2008. 3. 12. 13:56일기

<진단 평가 문제 없어!>
2008.03.11 화요일

오늘 1교시부터 5교시까지 내내 진단 평가라는 시험을 보았다. 갑자기 보는 시험이라, 공부를 하나도 안 하고 보는 바람에, 조금 긴장을 했는지 등에 오싹 한기가 느껴졌다. 내 주위에 있는 아이들 얼굴도 하나같이 일그러져 있었다.

나는 시험 직전까지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읽으며, 또 다른 긴장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무렴 진단 평가가 디멘터(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사들의 감옥인 아즈카반의 간수로, 거의 살인마에 가까움)보다 무서우랴?

그런데, 첫 번째 시험인 국어 과목부터 아주 쉬워서 '푸'하고 웃음이 나왔다. 모두 다 3학년 교과서에 나왔던 것들이라서, 시험을 친다기보다는 옛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었다. 인사하는 기분으로 시험 문제를 다 풀고 나서, 주위를 쓱 둘러보았더니 아이들 얼굴도 서서히 밝아져 가는 것 같았다.

오늘 시험은 내가 답을 다 맞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들이 전부 엊그제 배운 것처럼 기억에 새록새록 떠올라서 즐거웠다. 내 생각에 시험을 잘 보는 방법은 아니, 적어도 즐겁게 보는 방법은 이것이다. 수업 시간을 금쪽같이 여기는 것! 그리고 선생님을 지식의 구세주로 여길 것! 이다.

나는 학교에 다니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나와 똑같은 나이에도 배우지 못하거나 굶주리며 인간답지 못한 삶을 사는 어린이들이 많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들에게 미안한 만큼 내가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이 순간이, 나는 소중하다.

그래서 수업 시간이 되면, 눈은 책과 칠판을 사랑스럽게 보고, 귀는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도록 활짝 펴고, 입은 부드럽게 스마일을 짓고, 손은 연필을 따라 무엇이든 사각사각 써내려 간다. 그러면 갑자기 치르는 진단 평가라도, 또는 다른 어떤 평가라도 그렇게 두려울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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