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2008. 2. 5. 07:43일기

<시소>
2008.02.04 월요일

학교 수업 마치고 우석이랑 나는, 우석이네 옆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놀이터에 들어가 놀았다. 마침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석이는 미끄럼틀 꼭대기에 올라서서 아파트 화단을 내려다보며, "저기 고양이다! 안녕, 고양아! 귀여운 고양아!" 하고 외쳤다. 그러자 우석이 목소리가 빈 놀이터 안을 쩌렁쩌렁 울리면서 검정 고양이가 놀라 허더덕 달아났다.

나는 모래성을 쌓다가 시소를 타고 싶어 우석이와 시소 양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우석이와 내 무게 차이가 커서 내 쪽으로만 시소가 기울었다. 그래서 내가 시소 앞칸으로 얼른 옮겨 앉았는데, 시소가 탄력 있게 통통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지 못하고, 우석이만 공중에 떠있고, 나는 우석이 반만큼만 간신히 올라갔다가 끼이익 내려왔다. 시소가 아니라 돼지고기를 재는 저울 같아서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였다.

앞으로 더 가고 싶어도 칸이 없어 고민하다가 특이한 방법을 생각했다. 내가 한 칸 더 앞으로 옮겨간 다음, 몸을 반대로 돌아앉아 손잡이를 잡고 타는 것이다. 우석이가 내 등을 보고타는 꼴이라서 좀 그렇긴 하지만 그제야 무게 균형이 맞았는지, 시소는 힘차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였다.

우리는 있는 힘껏 발을 구르며 시소를 탔다. 올라갈 때는 엉덩이가 붕 뜨며 하늘을 향해 튀어 올랐고, 내려올 땐 엉덩이를 쿵 찧으며 "아야!"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신이 나서 발을 더 세게 굴렀다. 등 뒤에선 우석이가 "아구, 엉덩이야! 엉덩이 까진다!" 하며 비명을 지르다가, "와하하하!" 하고 미친 듯 웃었다.

나도 하늘에 걸린 솜사탕 같은 구름을 잡을 것처럼 신이 나서 "끼야~!" 외치다가, 시소가 내려오며 아파트 화단에 풀들과 마주칠 땐, 껌벅 인사를 하였다. 얼마나 탔던지, 엉덩이는 얼얼하고 똥꼬까지 시렸지만, 나는 혹시 우주의 어떤 머나먼 별에서 지구를 바라보다가, 방아 찧는 우석이와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쿵덕 쿵덕 열심히 시소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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