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호수

2008. 1. 28. 19:52일기

<얼어붙은 호수>
2008.1.27 일요일

호수는 살얼음이 얼었고, 그 위로 흰 눈이 얇은 담요처럼 깔렸다.
호수 전체가 햇살을 반사해 반짝반짝 빛난다.
호수는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얼었는지,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드넓다.

언 호수 위에 놓인 나무다리가, 마치 한 세계와 또 한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처럼 보인다.
나는 무엇에 끌려가듯 성큼성큼 그 다리로 뛰어간다.
나는 나무다리를 삐걱삐걱 밟고 내려가, 다리 위에 털썩 주저앉아 언 호수를 내려다본다.

언 호수와 내 발끝은 닿을락 말락 가깝다.
멀리서 보았을 땐, 얼음이 얇아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돌처럼 단단해 보인다.
신기하게 호수 위 쌓인 눈에 발자국이 나있다.
그것도 온 호수를 가로질러 촘촘하게 눈도장을 찍은 것처럼!
누군가 언 호수 위에 이름을 남기려 죽음을 무릅쓰고 한없이 걸었나 보다.

나는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호수 얼음판 위에 한발을 디뎌 본다.
그리고 남은 발도 내디뎌 호수 위에 우뚝 선다.
얼음이 깨질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줄을 타고 서커스 하는 기분으로 일어서서 두 손을 활짝 펼쳐들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 얼음처럼 맑은 하늘에 새털구름이 흘러간다.

갑자기 사람들이 내가 물에 빠지기라도 한 듯, 호들갑을 떨고 난리다.
"상우야, 어서 나와! 네 몸무게가 얼만데!"
"물에 풍덩 빠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니?"
때맞춰 방송에서도 "호수 위에 계신 분들 모두 나오세요! 깊이가 3미터는 됩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얼음판 위를 톡 튀어 올라 다리 위로 돌아온다.

다리 위에서 다시 호수를 내려다보니,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햇살을 반사하며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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