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0 목요일
오늘따라 엄마는 화가 많이 나 계셨다. 내가 아침에 침대에서 누운 채로 눈을 떠보니, 제일 먼저 들어온 건 엄마의 화난 얼굴이었다. 나는 아직 꿈인가 하고 눈을 비비며 의아해하는데, 엄마가 굵고 화난 목소리로 "지금이 몇 신데 일어나니?" 하셨다.
나는 번갯불을 맞은 듯, 번쩍 일어나 시계를 보니 10시 16분이었다. 또 늦잠을 잔 것이었다. 방학이 시작된 뒤로 나는 8시 이전에 깨어난 적이 없다. 맨날 늦잠을 자서 오늘은 반드시 일찍 일어나기로 약속했는데, 또 늦게 일어난 것이다.
엄마는 "영우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밥도 먹고 미술학원도 갔는데, 너는 어쩜 애가 방학이라고 먹고 자고 놀기만 하니?" 하고 야단치셨다. 나는 어쩔 줄 몰라 우물쭈물 거리기만 하였다. 엄마는 못마땅한 얼굴로 방을 나가셨다.
나는 미안해서, 그게 진짜 내 모습이 아니란 걸 보여주려고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죄송해요."하고 기어들어가듯 용기를 내어 말했지만, 그때마다 엄마는 손을 뿌리치셨고, 심하게 계속 잔소리만 하셨다. "타이핑 연습은 했니? 피아노 연주회 연습은 했니? 네 책상 정리는 했니? 어쩌면 손도 하나 까딱 안 하니? 그냥 먹기만 하면서 살만 디룩디룩 찌는 곰이로구나!"
순간 나는 둥지에서 버림받은 새가 된 기분이 들어 눈물이 찔끔찔끔 나왔다. 그리고 섭섭했다. 그렇게 나를 무시하는 말투로 쉬지도 않고 내뱉다니, 엄마가 다른 사람처럼 보였고 내가 자식이 맞나?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왜 이렇게 한없이 마음이 무너지는 걸까?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집을 빠져나와,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우석이네 집에 들러 마음에도 없는 수다를 떨며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벌써 해가 저물어 있었다. 집으로 가까워질수록 우울하고 슬퍼져서 마음속으로 '행운의 네 잎 클로버야, 다시 살아나라!' 하고 외쳤다.
내가 가출을 하리라 마음먹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엄마는 땅을 치고 후회하리라. 나는 정말이지 가출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우리 집 문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두들겨보고 가버리려고 했는데, 한 번에 너무 크게 두드려서, 그 소리에 놀라 도망가려는 순간, 엄마가 "상우야!" 하며 문을 여셨다. 나는 문앞에서 쭈뼛거리며 "죄송해요, 늦어서." 하는데, 엄마가 나를 와락 끌어안으며 "어구, 이놈 새끼, 얼마나 추웠어?" 하며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셨다. 집 안에선 내가 좋아하는 김치 볶음밥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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