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2008. 1. 1. 11:49일기

<새해>
2008.01.01 화요일

텔레비전 화면 구석에 작은 글씨로 50이라는 숫자가 떴다. 나는 그 숫자를 보고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2007년 마지막 카운트 다운이었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보신각에 모셔진 커다란 종이 나타났고, 그 앞에 많은 사람이 모여서 마치 하느님이 내려오길 기다리듯, 종을 향해 무언가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카운트 다운이 40쯤 되었을 때, 나는 퍼뜩 상자에 들어 있던 인형들을 꺼내어, 쫘르르 텔레비전 앞에 앉혀놓았다. 그런 다음, 영우와 함께 그 사이에 끼어 앉아 새해야 오너라 하고 기다렸다. 아빠와 엄마는 새해 10초를 남겨두고부터 숫자를 세기 시작하셨다. 갑자기 보신각종 앞에 서 있던 어른들이 커다랗고 길쭉한 말뚝을 뒤로 밀었다가 앞으로 더 힘껏 밀어 종을 쳤다.

"대앵~" 하면서 오랜 잠에서 곰이 깨어나는 듯한 묵직한 소리가 온 세상을 울렸다. 나는 그 소리를 통해, 어떤 벽이 허물어지고 다시 탄탄한 벽이 세워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나는 텔레비전 모니터 앞에서 인형들과 함께 "찰칵!" 하고 소리를 내며, 촬영하는 시늉을 하였다. 그러자 집안의 경사라도 난 듯, 우리 가족은 너나 할 것 없이 부둥켜안고 기뻐하였다.

텔레비전 안에서도, 우리 집에서도 똑같이 축하 분위기로 들썩거렸다. 우리는 돌아가며 새해 소원을 말했다. 아빠는 건강과 돈을 원했고, 엄마도 행복과 돈을 원했고, 나는 신입생이 되는 영우와의 즐거운 학교생활과 돈을 원했는데, 영우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그림을 많이 그리고 싶다고 해서 모두 "그렇지!" 하며 하하 웃었다.

        영우 4살 때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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