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선물

2007. 12. 26. 23:55일기

<놀라운 선물>
2007.12.26 수요일

크리스마스 날 새벽,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는 선물을 보고 나는 난처했다. 엄마가 너는 이제 나이가 많아서 선물 받을 가능성이 작다고 말씀하셨었기 때문이다. 나는 섭섭했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또 선물 받을 만한 착한 일을 많이 한 것도 아니라서 자격이 없다고도 생각되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그렇게 많이 컸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이젠 산타 할아버지와 선물의 세계에 더 끼어들 수 없는 처지가 된 것 같아 서글퍼져 한숨만 나왔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잠든 영우의 머리맡에 걸어놓은 크리스마스 양말을 몰래 떼어 내 머리맡에 옮겨두고 새벽까지 이불 속에서 뒤척거리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잠시 뒤에 눈을 뜨자마자 베개 옆에 불룩하게 포장된 선물 꾸러미가 놓인 것을 보고, 꿈이 아닌가 싶어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는 일어나 책상 앞에 스탠드를 켜고,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뜯어 보았다. 너무나 작고 귀여운 누런 곰 인형과 카드였다. 나는 잠들어 있는 가족들이 깰까 봐,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아가며 카드 봉투를 살살 열었다. 봉투 겉면에는 마구 휘둘러 쓴 듯한 이상한 글씨체로 '상우군'이라고 쓰여 있었다.

카드를 꺼내보는 순간 나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직사각형 모양의 갈색 카드였는데, 중간에 새빨간 하트 무늬가 보석처럼 박혀있었다. 그리고 그 카드를 열 때, 꼭 빨간 하트가 새겨진 비밀의 문을 여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두근하였다. 카드 안에는 놀라운 글이 마구 휘두른 이상한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상우군, 카드에 붙어 있는 게 뭔지 아나? 짐작했겠지만 행복한 왕자의 심장일세! 우리 산타 마을에서는 행복한 왕자의 심장과 가장 닮은 것을 상우군의 심장이라고 결정했다네! 축하하네! 호호호!' 앞으로도 그 따뜻한 생명과 사랑이 넘치는 심장을 잘 지켜내라는 당부로 편지는 끝을 맺었지만, 나는 한동안 얼떨떨하여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오스카 와일드가 쓴 동화 <행복한 왕자>에 보면, 하느님께서 천사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두 가지를 가져오라고 하신다. 천사들은 불에 탄 왕자의 동상이 버려진 쓰레기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심장과, 그 옆에서 얼어 죽은 제비의 시체를 가져다 하느님께 바친다. 그런데 그 가장 아름다운 심장이 내 심장과 닮았다고?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건 분명히 카드 주인이 바뀌었거나, 산타 마을에서 잘못 결정했거나, 아니면 엄마, 아빠가 써 넣은 거겠지!' 하며 의심에 차서 자꾸 카드에 그려진 하트를 들여다보는데, 왠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어떤 소리가 울리는 것 같았다.

'상우야, 혹시 그게 정말일 줄 누가 알아? 그게 너라면 말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심장을 가졌다는 자부심을 갖고, 이제부터라도 거기 맞게 행동하면 되잖아!' 갑자기 알 수 없는 기쁨이 솟아나며, 두 손을 내 가슴 위에 얹어 심장 소리를 느끼고 있는데, 창문 너머로 크리스마스의 아침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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