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1 금요일
어젯밤, 오늘 있을 겨울 방학식 때문에 늦게까지 눈을 말똥말똥 뜨고 생각에 빠지느라, 아침엔 지각하고 말았다. 지각을 한 사람은 교실 뒷자리로 나가 사물함 앞에서 수업 시작하기 전까지 서 있어야 하는데, 나는 다른 때와 달리 바로 서 있지 못하고 왔다갔다하며 뒷자리에 앉은 친구들에게 말을 걸었다.
마침, 반 분위기도 방학식을 앞두고 어수선하였고, 그 틈을 타 친구들을 하나씩 붙들고 방학하면 꼭 우리 집에 놀러 오라고 일러두었다. 어떤 친구들은 "우린 떨어지면 안 돼!" 하며 끌어안았고, 어떤 애들은 4학년 땐 절대 같은 반이 되지 말자고 쏘듯이 말했다. 미우나 고우나 1년 동안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을 바라보며, 오늘따라 내 마음은 이런저런 생각에 들뜨고 복잡했다
1학기 때 나는 왕따 중의 왕따였다. 비록 공부는 우등생이었을지 몰라도 인간관계는 빵점이었던 것이다. 내가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다가가 말을 걸면 대부분이 "씨발, 재수 없어!" 하거나, 못 들은 척 그냥 가버리기가 일쑤였다. 나는 애들이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세상에 나만 외토리가 된 것처럼 슬펐고, 함께 다니는 아이들 뒷모습만 봐도 부러워서 눈물을 펑펑 쏟았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내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애썼고, 무슨 뜻인지 꼬치꼬치 물었다. 아이들은 짜증을 부렸고, 내가 외계인 같다고 하였다. 그러다가 우석이를 만나면서 내 인생이 달라졌다. 아! 우석인 정말 내가 건진 보석 중의 보석이다! 다른 애들과는 달리 우석인 내 얘기에 귀를 기울였고 대답을 해주었다. 우석이는 내 말에 처음으로 응답해 준 친구다.
내가 우석이를 늦게 알게 된 이유는 1학기 내내 멀리 떨어져서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2학기 중간 쯤 짝이 되고 나서부터 우리는 찰떡처럼 붙어다녔다. 우석이와 친하게 지내면서 나는 나의 문제점이 무언지를 차츰 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친구들을 원했으나, 제대로 다가가는 법을 몰랐던 것이다. 마치 국어책에 나오는 <바위나리와 아기별>에 바위 나리처럼, 커다란 나만의 바위에 붙어서 친구들이 오기만을 바랬던 것이다.
나는 아이들의 언어를 몰랐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친구가 되려면 그 아이의 말을 이해해야 하고, 친구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을 우석이는 내게 가르쳐 주었다. 내 식으로 내 입맛에 맞는 친구들을 찾으려 하니 그게 안됐던 거였다. 우석이와 함께 다니면서 지내다 보니 우리 곁에 우리를 닮은 친구들이 꽤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놀랐다. 희지, 낙건이, 민석이, 진희, 재완이, 현승이, 서진이, 모두 나와 우석이처럼 둥글둥글 호빵 같은 친구들이다.
이제 4학년이 되면 헤어질 수도 있는데 어떡하나? 제발 같은 반이 되었으면! 그리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면, 이전에 했던 실수는 하지 말고 내가 깨달은 대로 잘 사귀어 봐야지 하는 여러 가지 생각에 빠져 있는데, 방학식이 시작되었다. 방송을 통해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는 도중에도 마음속으로 1년 동안의 일들이 눈물과 웃음으로 왔다갔다하느라 눈시울이 어른어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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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기분 내기 // A sound of a bell 2007/12/23 01:51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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