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며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07/12/19 11:18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며>
2007.12.18 화요일

오늘 아침 학교 가는 길은, 다른 날보다 맘이 들뜨고 행복했다. 어느 때보다 일찍 일어나 밥을 김에 싸서 한 그릇 다 먹고, 따끈한 유자차도 마신 뒤, 목도리를 둘둘 말고 나섰더니 춥지 않았다. 나는 차가운 겨울 공기를 "하~!"하고 들이마셨다. 오늘은 과연 학교에서 무슨 일이 펼쳐질까? 날은 아직 어두웠지만 오늘 미술 시간에 만들 크리스마스카드 생각으로 마음을 밝히며 길을 걸었다.

학교 후문 앞에 이르렀을 때, 흰 눈이 톡하고 한 방울 내 코 위에 떨어졌다. 그런데 몇 발짝 걸으면 톡 떨어지고 또 몇 발짝 걸으면 톡 떨어지는 게, 꼭 나를 불러 세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멈춰 서서 하늘을 보니, 하얀 별사탕 요정들이 춤을 추며 사뿐사뿐 하늘을 날듯이 눈이 내려왔다. 정말 눈들은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1교시 수학 시간에 문제를 다 풀고 창 밖을 보았을 때도, 흰 눈이 나를 찾아와 인사하는 것처럼 창문 밖에서 가볍게 날고 있길래, 나도 미소를 머금어 주었다. 미술 시간엔 더 눈은 오지 않았지만, 나는 <호두 까기 인형>에서 나온 <별사탕 요정들의 춤>을 흥얼거리며 카드를 만들었다.

나는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도화지 전체를 다 사용하여 대문짝만 한 카드를 만들었는데, 친구들은 아주 작고 아기자기한 카드를 만들었다. 희지가 가위질을 하며 내게 물었다. "상우야, 요번 크리스마스 때 받고 싶은 선물 있어?" 나는 수업 시작하기 전, 겨울 방학 때 낙건이가 이사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던 걸 떠올리며 대답했다. "음, 선물은 필요 없고 낙건이를 다시 되돌려받았으면 좋겠어."

그러다가 쉬는 시간에도 주위에 앉은 친구들과 산타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산타가 있다 파와 없다 파로 나누어져 티걱태걱 하였다. 일단 산타가 있다고 믿는 사람은 나하고 우빈이, 둘밖에 없었고, 아이들은 거의 다 없다고 했다. 재범이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야, 너는 어떻게 아직도 산타를 믿냐?" "어떻긴? 있으니까 그렇지." 나는 내가 해마다 산타에게 크리스마스날 아침 머리맡에 무언가를 선물 받았다고 하니까, "그건 너네 엄마가 잘 때 몰래 갔다 논거지! 증거를 대봐!" 하였다.

 마침 내가 하고 온 목도리를 보일 수 있어서 나는 자랑스럽게 "이 목도리, 산타 할아버지가 주신 거야! 봐, 가격표도 상표도 없지? 이런 건 할인 마트에서도 볼 수 없을걸!" 했더니, 아이들은 갸우뚱하며 "그런 것도 같네. 이렇게 촌스러운 목도리는 못 본 거 같애!" 하였다. "너흰 선물 받은 적 없니?" 하니까, "당연하지! 우리가 요구하면 그게 선물이 되지!" 해서, "거 봐, 난 요구한 적 없는데도 목도리도 주고 카드도 주셨어!" 했더니, 아이들은 뭔가 누를만한 말이 없나 찾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쨌든 산타는 없어!"

나는 아이들이 산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만큼 서글퍼졌고, 이 세상 아무리 산타가 없다고 해도 나만큼은 있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산타가 진짜 있는지, 내가 받은 선물이 산타가 놓고 간 것인지 따지기가 싫었다. 그렇다면, 아침에 나를 따라왔던 눈송이들의 춤에 대해서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그냥 내 상상이라고? 어쩌면 내가 두려운 것은 산타가 없다는 사실이 아니라, 상상을 하고 살 수 없다는 게, 꿈이 없다는 게 못 견디게 두려운 거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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