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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죽음

일기 2007/12/15 00:02 by 상우

<검은 죽음>
2007.12.14 금요일

요즈음 나는, 내 온몸이 시커먼 기름에 오염된 것처럼 아프고 쑤시다. 서해안에서 유조선 기름이 유출되는 바람에 바다와 갯벌이 기름에 덮여 생지옥처럼 난리가 났다. 사람들이 기름을 막아보려고 사투를 벌인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장비는 턱없이 부족하고, 일손도 딸리고 나아진 게 없으니 자꾸 슬퍼진다.

뉴스에서 바다새들이 썩은 기름에 뒤덮여, 돌처럼 굳어 죽어갈 때, 절망과 두려움에 쌓인 그 눈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나에게 살려달라고 마지막 애원을 하는 것 같았다.

또, 굴 양식장에서는 엄청난 양의 굴들이 썩어서 껍데기까지 썩어 바스러지고, 갯벌에서는 게들이 시커먼 물감 늪에 빠진 것처럼 비틀거리며, 팔을 허공에 휘젓고 있었다. 바닷물 공급이 중단되어 육지 양식장의 송어들도 떼죽음을 당했다.

이게 무슨 끔찍한 형벌이란 말인가! 이러다가 서해안 바다 생물들이 멸종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어제는 뉴스에서 어떤 할머니가 갯벌에 스민 기름을 파고 또 파다가 호미를 내던지며 통곡하는 것을 보았다. 내가 아무런 도움이 못 되어 미안해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평생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할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갈기갈기 찢어졌을까? 목구멍으로 뜨거운 덩어리가 걸리며 밥이 넘어가질 않는다.

정말 요즘 같아서는.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게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괴롭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서해안으로 달려가서 돌에 묻은 기름이라도 닦고, 힘든 할머니들 어깨도 주물러드리고 싶지만, 그 죽음 같은 기름이 겁이 나는 나 자신이 한 번 더 미워진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와 똑같았던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는데, 30만 명이 모여들어 2달 반 만에 바다와 갯벌을 회복시켰다고 한다. 누가 알까? 우리도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혹 하느님께서 가상하게 여겨서라도 서해안 바다와 갯벌을 돌려주시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가진 모든 꿈을 팔아서라도 갯벌을 살려내는 기적에 보태고 싶다. 그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기필코 찾아내고야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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