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2007. 11. 29. 07:04일기

<사탕>
2007.11.28 수요일

학교에서 영어 특강이 있는 월요일과 수요일은 수업을 마친 후 교실 청소를 두 명씩 번갈아가며 하는데, 오늘은 5학년 예슬이 누나와 내 차례다. 누나와 나는 교실을 반으로 나누어 비질하였다. 나는 책상과 의자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먼지와 종이 쪼가리를 싹싹 쓸어담아 쓰레기통에 버렸고, 흐트러진 책상을 바로잡아 줄을 맞추었다.

청소가 끝나고 영어 선생님께서 잘했다고 막대 사탕 한 개씩을 주셨다. 나는 "고맙습니다!"하고, 사탕을 싼 종이 껍데기를 벗겨 잠바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사탕을 입에 물고 피아노 학원으로 가는데 사탕이 너무 달콤해서 나도 모르게 "음~"하고 눈을 감았다. 구슬 같은 동그란 사탕 알을 입 속에 넣고 굴려가며 먹었는데, 딸기 밀크 셰이크 맛이 혀끝부터 입 안 전체에 사르르 퍼지면서 기분이 황홀해졌다.

피아노 학원 앞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전에도 사탕을 빨며 들어서다가 피아노 선생님께 사탕을 압수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요번 사탕은 전에 것과 비교도 안 되게 맛있어서 뺏기기가 아까웠다. 그래서 나는 다 먹고 들어가려고 학원 건물 앞에 서서 열심히 사탕을 빨았다. 사탕은 좀처럼 녹지 않았지만 나는 행복했다.

학원 건물 앞은 그늘이 져 춥고 바람이 윙윙 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빨리 걸었다. 가끔 나보다 조그만 아이들이 지나가다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았지만, 내 기분은 분홍색 날개를 달고 나는 것처럼 부드러운 사탕 맛으로 부풀어 올라서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요렇게 맛있는 사탕은 누가 만든 거야?

한 20분쯤 흐른 것 같은데도 사탕은 다 녹지 않았다. 하지만, 입안은 여전히 깨어나지 않은 꿈처럼 달달했고, 원 없이 빨았으니까 이 정도면 뺏겨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손톱만큼 작아진 막대 사탕을 들고 학원 안으로 들어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