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땡

2007. 11. 23. 22:54일기

<얼음 땡>
2007.11.23 금요일

급식을 다 먹고 나서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 희지가 갑자기 나타나서 "상우야, 얼음 땡 놀이하자!" 그래서 "음, 좋아, 그럼 우석이도 같이 하자!" 했다.

우리는 비를 피해 본관과 별관을 이어주는 통로를 찾아갔다. 그런데 이미 그 통로에는 5,6학년 형들이 모여 잡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눈치가 보여 다른 곳으로 갈까 생각했지만 희지가 용감하게 끼어들어 자리를 잡았다.

내가 먼저 술래다. 우석이는 쉽게 도망가지 않고 한 곳에 서서, 팔짱을 끼고 몸을 건들건들 흔들며 나 잡아봐란 듯이 여유를 부렸다. 내가 달려가 바로 코앞까지 손을 뻗었을 때, 우석이가 "얼음!"하고 외쳤다.

희지는 형들이 잡기 놀이 하는 사이를 너구리처럼 샥샥샥샥 빠져나가며 열심히 도망을 다녔다. 빠른 희지를 잡기엔 무리여서 느린 우석이를 집중 공격하였다. 몇 번을 우석이를 노리다가 우석이가 '얼음'에서 "어!" 하려 할 때 나에게 잡히고 말았다.

나는 우석이처럼 코앞에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일정한 사정거리를 두고 끝없이 도망을 다녔다. 그러다가 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술래잡기하는 형과 부딪쳤는데, 그 형아가 마구 휘둘러대는 손에 오른쪽 뺨을 철썩 맞았다.

그 형아가 사과를 마치자마자 우석이가 잽싸게 파고들어서 급하게 "얼음!"하고 막았는데, 멀리서 희지가 "물총!"하고 쏘는 시늉을 하는 바람에, 내가 얼음이 풀린 게 돼버려 꼼짝없이 잡혀서 또 술래가 되었다.

비가 그쳐서 우리는 정문으로 통하는 통로 옆길로 나가 놀았다. 나는 바지가 흘러내리는 줄도 모르고 바지 끝이 흙에 젖은 채 정신없이 놀다가 "땡등댕등!" 울리는 수업 종소리에 활짝 놀라 교실로 뛰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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