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 녹이기

2007. 11. 12. 22:20일기

<가루 녹이기>
2007.11.12 월요일

나는 2교시 과학 시간에 있을 가루 녹이기 실험을 앞두고 책상 위에 내가 준비해 온 가루들을 나란히 늘어놓았다. 엄마가 조그만 비닐봉지마다 가루를 넣고 이름을 붙여 주셔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가루 학자가 된 기분으로 가루 봉지를 요리조리 주무르고 찔러 보았다.

소금과 설탕은 알갱이가 굵어서 유리 파편처럼 뾰족해 보였고, 베이킹 파우더는 둥실둥실해 보였고, 밀가루는 조금만 봉지를 건드려도 주르륵 금이 갔는데 소다는 아무리 건드리고 주물러도 갈라지지 않았다.

이 많은 가루들을 한 번씩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보고 싶은 마음도 들고, 한데 섞어서 부글부글 마법의 약을 만들어도 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참고 수업 시간을 기다렸다. 우리 6모둠은 주로 소금을 많이 가져왔는데 선생님께서 각자의 컵에 물을 부어 주시고 설탕, 소금, 미숫가루 이렇게 풀어보는 실험을 하였다.

설탕은 한 갈래로 샤르르 풀어지면서 가라앉았고, 소금은 탁탁 소리를 내며 뜨는가 싶더니 이내 가라앉았다. 가장 재미있는 건, 미숫가루였는데 골고루 풀어지지 않고 진흙탕 물처럼 뭉글뭉글 퍼지다가 나중에 가라앉았다. 그 모습을 컵 위에서 바라보니 미숫가루가 떨어진 부분은 갈색의 땅처럼 보였고, 떨어지지 않은 부분은 컵 바닥의 푸른색 때문에 푸른 바다처럼 보여 세계 지도를 보는 듯했다.

다른 모둠도 코코아 가루, 커피 가루, 녹말가루들로 재미있게 실험을 하는 모양이었다. 우리 반 모두 빛나는 얼굴로 오로지 컵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으며, 가루가 풀어지는 모습을 세상에서 가장 신기한 일을 보는 것처럼 빠져들었다.

가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