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20. 토요일
학교 끝나고 우석이네 집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데, 바람이 아침보다 더 매서워져서 팔이 시려웠다. 오늘은 갑자기 날이 추워진다고 해서 긴 팔 옷 위에 조끼를 덧입고 가벼운 코트까지 입었건만 바람은 내 몸 속 여기 저기를 타고 신나게 스며들었다.
공원 놀이터를 지날 때, 놀이터 뒤에 있는 숲에서 수 많은 나뭇잎들이 '쉬이시, 쉬이시.' 소리를 내며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그 모습을 자세히 보니 꼭 여자의 긴 머리가 펄럭거리는 것 같기도 했고, 나무들이 몸을 강렬하게 비틀며 뮤지컬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무들이 심하게 흔들리니까 왠지 내 몸도 따라서 사방으로 흔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아무도 없는 모래밭에 서서 숲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도대체 바람은 왜 부는가? 어디서 불어오는가?'
이상하게도 나는 어릴 때부터 바람이 불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바람과 함께 마구 흥분해서 날뛰었고, 쿵쾅대는 심장 소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나는 이 싸늘한 가을 바람이 나를 태우고 어디론가 훌쩍 데려다줄 것 같은 상상에 사로잡혀 내 속에서 무언가 깨어나는 소리를 듣는다.
그건 아마 내가 바람처럼 이 세상을 힘차게 날아보려는 에너지가 깨어나는 소리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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