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18
나는 1교시 읽기 시간부터 내 짝 승진이와 싸웠다. 나도 모르게 왼쪽 팔꿈치로 승진이의 오른쪽 팔을 슥 쳤다. 승진이가 "야! 왜 쳐?" 하자, "뭐? 어쩌라고?" 하니까 "야! 니가 쳤잖아?" 해서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고?" 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그런데 그게 쉬는 시간이 끝나고 과학 시간에도 서로 씩씩거리다가 내가 또 실수로 승진이 팔을 건드렸다. 승진이가 "야, 너 또 그러냐?" 하며 험악하게 쏘아보자, 내가 "이번에는 또 어쩌라고?" 하며 이죽거렸더니 승진이가 폭발을 하면서 "너, 귀 먹었냐? 사람 말 못알아 듣냐고?" 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께서 무얼 설명하시다가, "권 상우! 이 승진! 너희들 아까부터 계속 싸워? 교실 옆에 서!" 해서 둘이 먼 간격을 두고 서서 가끔씩 째려보았다. 마지막 수학 시간으로 접어들어 나의 화는 극도에 달했다. 처음부터 곱게 하면 될 걸 자꾸 성질을 부린 승진이의 태도가 못마땅했다.
우리는 사람인 것을 잊어버린 짐승들처럼 으르릉거리며 싸우다가 호랑이처럼 화가 나신 선생님께 걸려, 싸우려면 아예 운동장으로 나가 싸우라고 교실 밖으로 좇겨났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복도 신발장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나는 한 동안 조용히 서 있다가 승진이를 쳐다보았다. 승진이는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얼굴이 빨갰다. 그 순간 나는 이 모든 것이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승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미안해." 했다. 그러나 승진이가 힘없이 "으응." 해서 더욱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다.
우리가 다시 교실로 들어왔을 땐, 자리에 앉아 축 늘어져서 풀이 죽어 수업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계속 승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나는 왼팔을 승진이에게 닿게 하지 않으려고, 바짝 움츠리고 조심조심 수업을 했다. 막판에 승진이가 수업을 듣다 웃었을 때 겨우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앞으로 2주 뒤면 짝을 바꾸는데, 그 때까지 승진이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싶다. 물론 마음대로 움직이는 내 버릇없는 왼팔도 조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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