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에 대한 분노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09/11/13 09:05
<성폭행에 대한 분노>
2009.11.11 수요일

너무나 유익한 3교시 보건 시간, 지난주에 이어 성교육 수업을 받았다. 지난주엔 사춘기 때 나타나는 우리 몸의 성적인 특징을 자세히 배웠고, 오늘은 성폭행의 잔인함에 대해 배웠다.

우리는 모둠별로 성폭행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 그림을 그려보고, 피해자의 마음을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2모둠은 특히 재미있는 그림을 그렸다.

그것은 보통 가해자를 험악하게 그리는 편인데, 가해자의 모습을 착하고 예쁘게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음흉한 마음을 그린 것이다. 우리 모둠은 가해자를, 마스크를 눌러쓴 소도둑처럼 묘사했다. 난 내가 뚱뚱하다고 놀림을 받았을 때 느꼈던 불쾌함과 수치심을 떠올렸고, 가해자도 인간인데 자책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그런데 보건 선생님께서, 그 모든 걸 깨는 아주 충격적인 성폭행 사례를 들려주셨다. 몇달 전 8살 난 나영이란 여자아이가 모르는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생식기가 다쳐 나팔관을 비롯한 질, 자궁이 같은 생식 기관이 끔찍하게 손상되어서, 영원히 이 아이는 엄마가 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대장까지 터져서 똥을 눌 수도 없게 되어, 인공 항문을 달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너무나 끔찍한 이야기에 아~하며 손으로 눈을 가리는 여자아이도 있고, 장난이 심한 남자 아이들도 입술이 파래지듯 얼굴이 굳어버렸다. 나는 나영이를 꼭 내가 아는 아이인 것처럼, 죄책감과 충격으로 바들바들 떨면서, 내가 나영이었다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생각했다. 가족을 제외한 누구도 믿지 못하고,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 같고, 공포심에 절어 자다가도 성폭행당했던 악몽을 그대로 꾸고, 소리를 지르고 정신은 아주 깨진 접시처럼 파괴되어 갈 것 같다.

도대체 범인은 어린 여자 아이를 어떻게 그 지경으로 만들 수가 있단 말인가? 저항도 제대로 못하는 힘없는 어린 아이를 짓밟아버리다니, 인간이 무섭구나. 선생님께서 성은 한 사람의 몸과 정신, 영혼을 이루는 모든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인간이 이 오묘한 성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 채, 생식기관만을 아무렇게나 장난감처럼 가볍게 여기고, 또 무조건 힘으로 약한 상대를 누르려는 태도가 극악한 성범죄를 만들어내었구나! 생각하니 한숨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뼈까지 아파왔다.

또 어떤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들이 음란물을 보다가 그대로 따라 하려고, 어린 여자 후배들을 잡아다 성폭행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는 아직 음란물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듣기만 해도 정떨어지고, 그런 걸 만든 어른들에게 따지고 싶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마침 학교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어떤 아저씨가, 혼자 걸어가는 어린 여자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바짝 긴장이 되어 주먹을 한번 움켜쥐고 그 아저씨 뒤에 딱 붙어 걸었는데, 교회 나오라고 휴지를 나눠주고 가는 걸 보고서야 마음을 놓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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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올블로그 티페이퍼] 겨울날, 찬바람에 그만 무색해졌다 - 김광섭 // 올블로그 티페이퍼 2009/11/20 14:30 [Del]
  1. Favicon of http://www.semiye.com BlogIcon 세미예

    참 어른들의 나쁜 행동때문에 아이들이 불안케 해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해요.
    우리 어른들이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할께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세미예님, 무슨 말씀을요.
      좋은 어른들이 많다는 것 잘 알고 있답니다.
      저도 잘 배우고 노력할 것입니다!

  2. Favicon of http://midorisweb.com BlogIcon 미도리

    상우군이 이 사건을 뒤늦게 알았군요. 나영이에 대한 모금운동으로 큰 돈이 치료비로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평생 씻지 못할 상처를 준 그분이 평생 빛을 못보게 성폭행 범들의 형량이 더욱 강화되어야합니다. 상우군이라면 나쁜 아저씨로부터 친구들을 구해줄 것 같아요 ^^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아, 미도리님, 그랬군요.
      정말 충격이 컸어요. 듣는 저도 공포스러웠는데, 나영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미도리님 말씀대로 제가 친구들을 돕고 지킬 수 있도록 어서 힘을 키우고 싶어요!

  3. seob

    끔찍하군요.ㅠㅠ

  4. Favicon of http://www.kumul.pe.kr BlogIcon 꾸물~*™

    나영이......조두순 ** 딸랑 12년형 준 대법원은 반성하라!

  5. somigi0604

    우리 나영이 참 안타까운 일이죠......
    정말 성폭행한 사람들이 혐오스러워요

  6. Favicon of http://blog.naver.com/soulgunner BlogIcon Gunn

    신문이나 방송에서 나영이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그 범인의 이름또한 숨기거나 다른 이름으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보건선생님께서 나영이 또래의 어린이들에게 그런 교육을 하실때에는 이름을 좀 바꿔서 못알아보게 하여 알려주셨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네요. '나영이 사건' 이라고 이름지어져 다시는 이런일이 없도록 생각하게 하는 상징성에서 큰 의미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요.
    상우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안녕하세요? Gunn님, 찾아주셔서 감사드려요.
      말씀대로 워낙 큰 사건이라 이름을 사용한 것 같은데요, 나영이는 가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사건을 아이들도 많이 알고 있었구요, 선생님께서도 범인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으셨습니다!

    • somigi0604

      그래서 성폭행범 이름인 조두순사건이라고 고쳐 부르고
      있습니다^^

  7. 알렉스

    눈물이 납니다. 다들 같이 울어줘야 하지 않나요? 나쁜 짓 한 놈 벌주면 뭐해요? 고통당하는 한 생명을 위해 울어줄수 있는가가 진짜 중요하지 않나요? 이글을 보고 피해자어린이의 고통을 같이 느낄수 있는것이 진정 상처가 치유되는 첫걸음입니다. 상우군은 진정으로 피해자를 위해 울고 있는데 우리는 왜 눈물이 안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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