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을 걷다!

2009. 7. 11. 09:01일기

<물속을 걷다!>
2009.07.09 목요일

오~ 이럴 수가! 세상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다니! 수업이 끝나고 학교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으려던 나는, 엄청나게 내리는 비를 보고 순간 주춤하였다.

학교 밖은 우산을 써도 피할 수 없을 만큼 비가 사정없이 내리치고 있었다. 어젯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늘 내내 멈추지 않고 쏟아졌고,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집은 괜찮나요? 혹시 떠내려가진 않았죠?" 나는 복도에 있는 학교 전화기로 집에 전화를 걸어 안전을 확인한 다음, 비와 맞서는 전사가 된 기분으로 학교를 나섰다. 교문으로 내려가는 언덕 위에서 보니 세상은 물바다였다.

도로, 인도 곳곳에 조금이라도 움푹 팬 자리는, 빗물이 흙탕물 호수처럼 고였고, 그 위로도 거친 빗물이 포봉 퐁 포봉~! 하고 운석처럼 떨어졌다. 떨어진 빗물은 땅 위를 투명하고 얇은 장막처럼 뒤덮으며 스르륵 흘렀고,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화단과 풀밭은 모내기하는 논처럼 잠겨 버렸다. 빗줄기는 더 굵어져서 파드드 파드드드~ 연필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교문을 나와서 걷는데, 바람에 우산이 확 날아갔다. 그래서 우산을 잡으려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져서 그만 빗물 웅덩이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그 뒤로 발을 들어 올릴 때마다, 발에 뭔가를 채운 것처럼 무거웠고, 내디딜 때는 푹신한 물풍선을 뿌우욱~ 밟는 기분이었다. 운동화는 더 신발이 아니라 물에 불어난 천 뭉치가 되어 찢어지기 직전이었고, 양말은 살갗에 딱 달라붙은 미역 같았다.

난 갑자기 이런 걱정이 들었다. '지금 이 비가 산성비라면, 내 발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러니 갑자기 발이 지글지글 산에 녹는 상상이 들면서, 발이 조금 뜨거워진 것 같았다. 마침내 신발에 물이 전부 꽉 차버렸고, 나는 신발이 너무 무거워 첨벙거리면서 제대로 앞으로 나가지를 못한 채, 계속 제자리걸음만 하는 꼴이 돼버렸다. '오우~ 이거 문워크가 아니라 물워크로군!' 머리도 지끈지끈 뜨거워지는 것 같았는데, 차가운 비는 이때다 하고 온몸을 때리며 퍼부었다.

물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