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스하던 날

2008. 12. 21. 09:42일기

<기브스하던 날>
2008.12.19 금요일

어제 힘찬이 교실에서 줄넘기를 하다가 다친 오른쪽 발목과 발등이, 저녁내내 심하게 부어올랐다. 나는 발을 높이 올리고 얼음찜질을 하면서, 고단하게 밤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아빠, 엄마와 병원에 올 수 있었다.

엄마가 병원 문을 열고, 아빠가 나를 업은 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아빠가 접수를 하는 동안 대기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종합 병원 안에는 마침 다리 아픈 환자들의 모습이 유달리 눈에 잘 띄었다. 목발을 짚은 사람도 있고, 기브스를 하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좀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긴장한 상태로 다시 아빠 등에 업혀 정형외과로 향했다. 나는 아빠의 등 위에서 의사선생님을 내려다보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였다. 의사 선생님은 하얀 천이 덮여있는 침대 위에 나를 앉히시고, 내 오른발을 여기저기 만져보셨다. 그리고 만질 때마다 "여기 만지면 아프니?"하고 물으셨다.

선생님이 엄지발가락과 발등 사이를 만져보실때, 나도 모르게 얼굴이 휴지처럼 일그러지며 "쓰으으으~ 아아악!" 하는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너무 아파요!" 그러니까 일단 양쪽 발 사진을 찍어 비교해보자고 하셨다. 나는 또 다시 아빠 등에 업혀 x레이 사진 찍는 곳으로 갔다. 사진이 나오기까지는 꽤 오래 걸렸지만, 어서 빨리 나아서 학교 가고 싶다는 생각만 맴돌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두 장의 사진을 벽에 걸고 막대기로 짚어가며 설명해주셨다. 다행히 뼈는 다치지 않았는데, 뼈 사이를 연결하는 인대가 많이 손상을 입었다고 하셨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아물 수는 있지만, 성장해서 나이가 들면 퇴행성 관절염에 쉽게 걸릴 수 있으니, 움직이지 않도록 반 기브스를 하겠다고 하셨다.

내가 이 병원에 들어왔을 때부터 눈여겨보았던 석고실에서 반 기브스를 하였다. 나는 석고실 침대에 누워 오른쪽 다리를 높게 올리고 치료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붕대를 한번 가볍게 감았다가 다시 풀고, 엄청나게 큰 파스 봉지 같은 것을 가위로 잘랐다. 그리고 봉지 안에 들어 있는 길다란 파스 같은 것을, 석고실 안쪽에 있는 싱크대에서 물로 비벼 씻으셨다. 그것은 물에 닿으면 굳어지는 유리 합성 섬유인데, 석고처럼 쓰인다고 하셨다.

"너 축구하다 다쳤니? 아니면 농구?", "아니요, 줄넘기요.", "응~ 그랬구나. 자! 발바닥 90도!" 나는 발바닥을 직선으로 꼿꼿하게 세웠다. 선생님은 발바닥과 뒷다리에 걸쳐서 합성 섬유를 90도로 감싼 다음에, 그것을 고정하려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붕대를 미이라처럼 칭칭 감으셨다. 나는 인조인간인데 다리가 고장 나서 손을 보는 상상을 하며 치료과정을 재미있게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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