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09 화요일
오후 6시, 아빠가 피아노 학원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오늘은 아빠랑 함께 오랜만에 이발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추워서 아빠 손을 잡고 상가 안에 있는 미용실로 종종 걸었다.
내가 먼저 미용실 의자에 앉았는데, 아빠가 벽에 걸린 사진을 보시더니 아주머니에게 "저 1번 스타일로 해주세요. 앞뒤 옆 다 시원하게 깎아주십시오."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럼 그렇지, 아빠가 내 뜻대로 들어주실 리가 없지!' 하고 목안에서 뭐가 울컥하는데, 벌써 아주머니는 내 머리를 싹둑싹둑 신나게 자르고 계셨다. 나는 가위 소리를 들으며 머리 자르는 게 보기 싫어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지난여름에 내가 머리를 기르고 싶다고 했을 때는, 더우니까 겨울에 기르자며 짧게 잘랐고, 겨울이 와서 기른다고 하니까, 앞머리만 조금 자르자고 나를 설득시키고선 결국 이 꼴로 만들다니, 생각할수록 배신감이 부글부글 올라왔다.
갑자기 아주머니께서, "학생, 몇학년이야?" 하셨다. 내가 "4학년이요."하고 간신히 볼멘소리로 대답하니까, "아빠가 짧게 자르라고 하셨는데 학생은 짧게 자르기 싫은 모양이구나? 그렇지?" 하셨다.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아구, 인상 좀 펴! 인상 쓰면 더 짧게 자른다!"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장난으로 말씀하셨지만 나는 점점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머리를 자르고 나와서 아빠랑 영우는 손을 잡고 걸었고,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뒤떨어져 걸었다. 영우가 "아빠, 형아, 울어요!" 했다. 아빠는 깜짝 놀라서 걸음을 멈추고 "상우야, 왜 그래? 머리가 그렇게 맘에 안 들어?" 하셨다. 내가 말을 안 하니까 아빠는 "말을 하지 그랬니?" 하며 난처해하셨다.
"말을 했더라도 결국 아빠가 원하는 대로 했을 거잖아요? 내가 그런 장소에서 아빠 말을 안 듣고 우기지 못할 걸 아시면서 그래요? 요즘에 이런 머리를 하고 다니는 아이는 없다고요!" 내가 말을 하면서도, 참았던 눈물이 줄줄 쏟아지면서, 눈물하고 말이 마구 범벅이 되어 "어부어부~" 하는 소리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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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은 꼭 머리가 짧아야 하나요? // 파라다이스행 9번버스 2008/12/17 17:04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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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저도 어렸을 때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상우어린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여자여서 남자아이들이 남자같다고 놀리는 것이 얼마나 속이 상하고 싫던지
정말 엉엉~울었던 기억이 마구나요. 위로가 될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상우어린이는
여자아이가 남자처럼 자른 듯이 된 것은 아니니까 기를 때까지만 좋은 생각들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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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1
^^ 전에 형아가 머리를 기른다고 했을 때가 생각이 나네요.
형아는 4학년 때부터 머리를 기르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길러서 지금은 반에서 가장 긴 머리(여학생 포함)를 하고 다닌답니다.머리를 묶으면 여학생처럼 보여요.
사실 저도 형아가 머리기르는 것에 찬성하지는 않았어요. 왜냐면 머리를 기르려면 관리를 잘해야 하거든요.
형아는 제게 머리를 자주 감고, 잘 관리하고 머리 때문에 신경쓰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서 길게 되었고 지금까지 약속을 잘 지키고 있어요.
하지만 내년에 중학생이 되므로 그 긴머리 휘날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죠.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머리를 짧게 깍게 하는 것은 자녀들이 편하도록 하기 위함이에요. 지저분하게 다니면 공연히 남에게 놀림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것이지요. 그리고 짧은 머리는 다른 사람에게 상쾌함을 주거든요.
하지만 아마도 상우님과 같은 또래들은 그렇게 생각지않을 거에요. 머리를 한번쯤은 길러보고 싶어질거에요. 또 짧은 머리는 왠지 촌스러워보이는 것 같고요.
그런데.. 조금더 자라서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면요..내가 왜그랬을까..후회하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이건 비밀인데요..상우님도 부모님께 앞으로 머리와 몸의 위생관리를 잘하겠다고 약속하고 지키면..앞으로 머리를 길러도 된다고 하실지도 모르죠......^^)-
상우
안녕하세요? 승객1님,
형아 사진을 보고 머리가 길어서 참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중학생이 되면 머리를 잘라야 하나보죠?
얼마나 아쉬울까요?
아, 그런데 머리를 자주 감고 관리를 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자신이 서질 않네요.
그냥 심하게 잘라서 버섯돌이처럼 안보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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