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먹은 과자

Posted in 일기 // Posted at 2008/05/28 13:56
<몰래 먹은 과자>
2008.05.22 목요일

오늘 우리 반은 양주 남방 하수 처리장으로 견학을 갔다. 견학을 가는 버스 안, 안내하시는 아저씨께서 마이크를 대고 "차 안에서 과자를 먹는 것을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하셨다. 그러자 아이들은 놀라서 "엥, 그러면 도대체 과자는 왜 싸오라 그런 거야?"하며 웅성거렸다.

조금 뒤, 내 뒷자리에 앉은 훈이가 주위 아이들에게 몰래 과자를 돌리기 시작했다. 내 옆에 앉은 경훈이가 과자를 한 개 받아 한 입 아사삭 베어 먹고, 나머지 반을 나에게 주었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그걸 받아 입 안에 쏙 털어 넣고 우드득 씹어 먹었다.

그러고 난 뒤, 갑자기 뒷자리에 앉은 훈이가 손을 쭉 뻗어 나에게 똑같은 과자를 한 움큼 씩이나 집어 주었다.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뒤로 돌려,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고마워." 한 다음, 옆자리의 경훈이에게 좀 나누어 주고, 두 손을 입에 바짝 갖다 붙이고 와작와작 먹었다.

하지만, 나는 아침도 안 먹고 온 터라, 그것만으로 양이 차지 않았다. 옆자리에 경훈이도 같은 심정인지, 자꾸만 내가 싸온 과자를 같이 먹자고 졸랐다. 나는 생각을 하다가 "음~ 좋아!"하고 가방에서 미니 소시지 2개를 꺼내어, 하나는 경훈이 주고 하나는 내가 먹었다. 그 뒤에는 미니 슈크림 과자를 하나 까서 캑캑 웃으며 나누어 먹었다.

가끔 선생님께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기는 하셨지만,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과자를 까먹는데도, 모르는 척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초코 씨리얼도 꺼내어 경훈이 손에 한 움큼 쥐여주고, 주위 친구들에게도 살살 나누어 주었다. 먹을 때마다 나는 사각사각 소리가 기분을 더 짜릿하게 해주었고, 맛도 기가 막혔다.

목이 말라오자 버스에서 내릴 때가 되었다. 빈 과자 봉지 때문에 한결 가벼워진 가방을 둘러메고 버스에서 내리며, 우리는 안내하는 아저씨께 과자 가루가 잔뜩 묻은 입가를 벌려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하였다. 경훈이가 "고마워, 상우야!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먹었어!"하자, 나는 "별 말씀을, 나도 고마워, 먹으라고 꼬드겨주어서! 덕분에 배불리 먹었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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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uldackcamera.tistory.com BlogIcon 불닭

    원래 과자는 몰래 먹어야 재맛이죠 ㅋㅋ 거기에다가 서로 친구와 나누어 먹엇다면 더욱 꿀맛이엿을듯 합니다 ㅋ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헤, 그렇죠? 불닭님. 저는 그날 버스 안에서 친구와 과자를 몰래 먹어본 것이 처음이예요.
      그런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어요.
      그래서 '숨겨둔 꿀단지'라는 말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2. Favicon of http://blog.daum.net/peteinon BlogIcon 날개

    과자는 몰래 먹어야 제맛이라는 불닭님 말씀에 공감!^_^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친구와 같이 과자를 집어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선생님께서 칠판에 글씨를 적으실 때마다 재빠른 동작으로 과자를 맛있게 먹었답니다. 쉬는 시간에 매점 다녀오느라 먹을 시간이 없어서 그랬지만, 사실은 두근두근 거리는 재미에 이끌렸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어요. 상우 어린이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안심도 되고, 저 또한 기분이 좋아져요. 웃음이 전염되는 것처럼, 상우 어린이의 기쁨 또한 제게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느새 졸음이 슬그머니 다가왔네요. 좋은 꿈 꾸세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와, 날개님, 수업 시간에도 먹으셨어요?
      저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과자 몰래 먹기를 하셨네요.^^
      그나저나 또 만나서 반갑습니다.^^

  3. Favicon of http://jesuisjoli.blogspot.com BlogIcon Adrian Monk

    재미있는 일상을 보내고 계시는군요. 글쓴이께서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지켜야할 선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두고 생활하세요.

    • Favicon of http://blog.sangwoodiary.com BlogIcon 상우

      안녕하세요? Adrian Monk님, 오랜만이예요.
      그런데 사실 제가 그 지켜야할 선에 대해, 아직 구분을 잘 못하는가 봐요.
      잔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거든요.
      Adrian님께서 종종 가르쳐 주세요.^^

  4. 김수영

    너도 나한테 줬었는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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