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07 목요일
아침에 눈을 떠보니, 설날치고는 집 안 분위기가 조용했지만, 제사 준비로 가족들의 몸놀림은 분주했다. 나는 영우를 깨워 세수하고, 아빠와 할아버지가 걸레질하는 마루로 나가 아침 인사를 드리고, 증조할머니께도 인사를 드린 다음, 부엌으로 가보았다.
부엌에서 일하고 계시는 엄마를 찾아 나는 찡긋 눈으로 인사하였는데, 어제 온종일 막힌 귀성 차량 행렬로 시달렸던 엄마는 아직 멀미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 띵띵 부은 얼굴로 "안녕." 하셨다.
부엌은 제사 준비로 바글바글하였다. 할머니는 설거지도 하시면서, 프라이팬에 무엇도 지져내고, 전자레인지에 부침개도 데우시며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샤샤샤삭 해내셨다. 엄마와 고모도 김치를 썰고, 과일을 깎고, 부엌과 마루를 들락날락 거리며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엄마는 나에게 고기가 담긴 접시를 상에 갖다놓으라고 주셨는데, 중간에 할머니께서 "이건 아녀." 하시면서 도로 가져가셨다. 나는 제사 준비를 돕는 척하면서 제사상 앞에 펼쳐진 병풍 뒤에서 영우랑 살짝살짝 비밀기지 놀이를 하였다.
제사는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할아버지와 아빠가 번갈아가며 잔에 술을 따르고 절을 하셨다. 영우와 나는 다른 때보다 더 자세를 딱딱 맞추어 절을 하였다. 절을 하는 동안 나는 여러 생각을 하였다.
제사는 왜 지내는 것일까? 이 많은 음식을 애써 차려 절을 올리면, 정말 죽은 조상님의 영혼이 살아나 이 음식을 먹고 차린 정성을 알아주실까? 절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 지루하기도 하고, 자세가 흐트러질까 봐 신경을 써서, 제사가 끝났다고 병풍을 걷을 때야 비로소 "휴~"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된다. 제사 때 절하는 것도 세배할 때처럼 즐겁게 할 순 없는 걸까?
또 사람들은 왜 명절 때만 우루루 시골집에 가는가? 아빠가 그것은 평소에 잘 못해드려서 미안하니까 명절 때 가는 거라고 하셨는데, 평소에 잘하면 되지, 꼭 명절 때만 그렇게 죽어라 몰려가야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일 년에 한 번뿐인 명절이라고 해도, 그 먼 길을 몸살이 나도록 징그러운 교통 정체 현상을 겪으며 왔다갔다 하는 건, 무리가 아닐까?
차가 막혔던 끔찍한 기억에 밀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의 즐거운 추억이 흐려지면 어떡하나? 무언가 이건 아니란 씁쓸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으면서도, 어느 때보다 절을 열심히 따라하는 내가 정말 이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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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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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
초등학교 3학년이 정말 대단한 블로그를 만들고 있군요~
나도 제사의 의미에 대해서 여러가지로 궁리해 보고 있던 차에 도움이 되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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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orah
제사나 친지들 방문 하는것은 이제 하나의 격식에 불과한것 같아요.
굳지 저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하는 이유는 아마도 저렇게 해서라도 후대손들에게 조상님들이 더 많은 복을 내려 주지 않을까 하는 샤머니즘이 남아 있어 더 그럴꺼에요. 사람마다 믿는 종교가 달라서 이것이 옳다 저렇게 하는것이 바르지 않다고는 말은 못하지만 하지만 우리를 지으신분은 한분이란거죠. 그분의 존재하심을 안다면 이런 일련의 행사들은 필요하지 않은것들임에 틀림없습니다. -










